눈길을 가네
시: 비전
토끼 발자국따라 눈길을 가네.
큰눈 내린 오솔길,
깡충 뛰어 머물고,
깡충 뛰어 머물던 그 발자국 -
쉬지 않고 촘촘히 이어져 갔네.
고라니 발자국따라 눈길을 가네.
함박눈 내린 숲속 계곡길,
잠시 머뭇거리다가 뒤돌아보고,
펄떡 뛰어 개울을 건너던 그 발자국 -
앞뒤로 발맞춰 차례로 남기고 갔네.
멧돼지 발자국따라 눈길을 가네.
밤새워 눈쌓인 산속 낙엽길,
주둥이로 헤집고 흙을 파면서
떼지어 먹이를 찾던 그 발자국 -
이리저리 뒤척이다 산등성이 넘어서 갔네.
야생의 굶주린 발자국따라 눈길을 가네.
어둠이 내리는 숲속 눈밭길,
지난 가을 도토리 흉년 들어
유난히 힘든 겨울 ... 생존을 위한 발자국 -
아무것도 가진 게 없이
오로지 살아야만 하는 그 발자국 -
고개마루 넘어서 갔네.
2011. 1. 9. 해협산에서.. 丕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