만세거리
--- 벌초하러 조천을 다녀오면서 ---
내 고향 조천리
만세거리를 걸으며
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날의 함성을 듣는다.
미밋동산에서
동쪽 함덕리 감영게로부터
서쪽 신촌리 열녀비까지,
표지석에 적힌 거리에 그날의 사람들이 모여든다.
징소리냐, 종소리냐, 악귀들을 몰아내는 북소리냐?
하늘의 북은 왜 울리지 않느냐시던 님이
내려와 들으시고,
하얼빈 역에서 斷指한 손으로
싸늘한 총신을 만지시던 님이
내려와 들으시고,
홍구공원에서 차가운 도시락을
가슴에 품고 기다리시던 님이
내려와 들으시겠지..
千秋의 恨을 품고 가신 님들이..
한 몸을 草芥같이 버려 祖國을 사랑했던 님들이
萬神이 되어 내려와
미밋동산에 좌정해 앉으시고
수심어린 눈으로 바라보시겠지..
핍박했던 적은 쓰러지지 않고
수시로 더 뻣세게 흉심을 들어내며,
울긋불긋한 이리떼들은 사방에서 모여들어
이 강산을 노려보며 혀를 널름거리는 마당에..
이 족속은 바람앞에 들풀처럼
이리 흩어지고 저리 갈라져 서로 헐뜯고만 있으니..
어찌 편안히 앉아서 香火를 받겠느냐?
어찌 후손들이 다시 이 모양 이 꼴이냐고
한탄하시지 않겠느냐?
내 고향 조천리
미밋동산 아래 만세거리를 걸으며
지금도 끝나지 않은 그날의 뼈아픈 함성을
듣는다.
2005. 8. 28.
비전丕筌作名
음악: 성금연 가야금산조 / 살풀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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